전체 글95 영화 경주기행, 정밀가공 기술자 가장이 마주한 서늘한 공포 명치끝에 시루떡을 얹어놓은 것처럼 가슴이 꽉 막혀 마른침만 삼켰습니다. 영화 경주기행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잔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기름 냄새와 절삭유 절인 옷을 세탁기에 쑤셔 넣고, 대충 물만 끼얹은 채 거실 소파에 주저앉았습니다. 낮 동안 머시닝센터 모니터에서 눈이 빠져라 쳐다보던 소수점 셋째 자리 좌표 잔상이 시야에 아른거렸습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멍하니 쉴 요량으로 리모컨을 집어 들었습니다. 피로에 절어 잠을 청하려다 눈에 들어온 제목이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경주기행, 팝콘 들고 틀었다가 마른침만 삼켰다처음엔 그저 경주로 떠나는 모녀의 힐링 여행이나, 흔하디흔한 권선징악 통쾌한 복수극 정도로 넘겨짚기 십상입니다. 포스터의 색감이나 '기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 2026. 10. 8. 넷플릭스 옵세션 후기, 다 가진 자들의 파국이 남긴 서늘함 화면이 꺼지자마자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도 멍하니 멈춰 서서 한동안 채널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공장에서 밤 9시 넘어서까지 잔업을 치르고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씻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는데 어깨죽지가 뻐근하더군요. 하루 종일 CAM 화면 들여다보며 공구 경로 수정하느라 눈알이 뻑뻑했습니다. 맥주 한 캔 따서 목을 축이며 머리나 좀 비울 요량이었습니다. 그 피곤한 몸을 소파에 파묻고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긴장감 있게 볼만한 범죄 수사물이나 형사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게 제 오산이었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옵세션 첫인상, 형사물인 줄 알았다포스터 분위기만 대충 훑어보고는 노련한 전문가가 나오는 치밀한 심리 추적극인 줄 알았습니.. 2026. 10. 7.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잔업 끝 거실에서 마주한 가장의 공포 슬리퍼 끌 생각도 못 한 채 차가운 마루 바닥 위에 발바닥을 붙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거실 시계 초침은 이미 새벽 2시를 훌쩍 넘겨 돌아가고 있더군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식탁 위에는 아내가 랩으로 덮어둔 식은 국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숟가락을 들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겉옷만 대충 벗어 던진 채 전기포트에 물을 올려 컵라면 하나를 겨우 비워냈습니다. 몸은 완전히 파김치인데 머릿속은 이상하게 팽팽했습니다. 기름 냄새와 절삭유 냄새가 코끝에 남아 맴도는데도 쉽게 방으로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잠을 자야 내일 또 눈을 뜨고 출근할 텐데,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서 도무지 누울 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잠이 도통 안 오더군요. 멍한 눈으로 소파에 기대앉아.. 2026. 10. 6. 캐리어를 끄는 소녀, 쇳밥 15년 차 가장이 본 지독한 무게감 덜컥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심장을 쿵쿵 쳤습니다. 야간 가공 일정이 밀려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야 공장 셔터를 내렸습니다. 깎아내야 할 서스(SUS) 소재 가공 블록들은 납기를 코앞에 두고 있었고, 머시닝 센터 안에서 절삭유를 뒤집어쓰며 하루 종일 기계와 씨름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대충 몸을 씻고 밥솥에 남은 찬밥 한 덩이를 물에 말아 삼켰지요. 아내와 두 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집 안에는 냉장고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만 맴돌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 눕자마자 기절할 줄 알았는데, 낮에 맞춘 공차 치수와 다음 주 결제일 계산이 머릿속에서 엉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모니터 잔상에 눈이 뻑뻑했지만 뭐라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싶었습니다. 거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불을 모두 .. 2026. 10. 5. 영화 언니 후기, 잔업 앞둔 야간에 리모컨 세 번 쥔 피로감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각에 내일 아침 일찍 잡힌 잔업을 앞두고 TV를 켰다가, 그냥 전원 끄고 자자 싶었습니다. 낮 동안 정밀 부품 치수 맞추느라 모니터 화면 속 가공 경로 선들을 수천 번 쳐다봤더니 눈알이 뻑뻑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소수점 세 자리 공차 맞추는 작업을 종일 붙잡고 씨름하다 퇴근하면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악당들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액션이나 한 편 보려고 결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내일도 기계 앞에 서서 칩 튀는 거 지켜봐야 하는 일정인데, 괜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영화 시작하고 십 분도 안 돼서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피곤에 절어 있는 몸으로 소파 구석에 비스듬히 누워 화면을 보는데,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속이 답답하게 얹히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에서 기계 회전수 잘못 먹여서 .. 2026. 10. 4. 라스트 듀얼, 잔업 끝난 밤 굳어버린 기술자의 반성문 특근을 마치고 녹초가 된 토요일 밤, 맥주 한 캔 까놓고 시원한 중세 기사 액션이나 볼까 싶어 영화를 틀었다가 온몸이 굳어지며 손에 쥐고 있던 맥주 캔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낮 동안 가공 센터 베드 위에 부품 물려놓고 100분의 1밀리미터 공차 맞추느라 온종일 마이크로미터를 돌렸습니다. 납기일은 코앞이고 가공 툴은 마모되어 치수가 튈까 봐 도면만 뚫어져라 쳐다봤더니, 퇴근할 무렵에는 목덜미가 뻐근하고 눈앞에 CAD 선 잔상만 어른거리더군요. 주말 잔업 뛰고 들어와 씻고 나오니 집안은 고요했습니다. 아이들은 방에서 곤히 자고 있고, 집사람도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든 모양이었습니다. 거실에 홀로 앉아 땀 식히며 머리나 비울 생각으로 넷플릭스를 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1. 라스트 듀얼, 맥주 캔을 내.. 2026. 10. 3. 이전 1 2 3 4 5 6 7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