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5 범죄도시3 마석도 주먹에 15년 임가공 기술자 체증이 뚫리다 스크린 속 마석도 주먹이 악당 턱주가리에 내리꽂히는데 낮에 본 원청 대리 얼굴이 그대로 겹쳐 보이며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습니다. 양복 말끔하게 차려입은 서른 남짓한 녀석이 결재판을 책상에 툭툭 치며 눈을 치뜨던 잔상이 극장 암전 속에서도 내내 어른거렸습니다. 0.003mm 공차를 트집 잡으며 전량 반품에 지체상금 물릴 줄 알라던 그 건방진 목소리가 영화관 사운드 속에서 굉음처럼 찢겨 나갔지요. 퇴근길 차를 돌려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홀린 듯 심야 극장 한구석에 몸을 구겨 넣었던 건, 그 더러운 기분을 털어내지 않고는 내일 아침 기계 앞에 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절삭유 냄새가 손톱 밑에 절어 있는 채로 팝콘 하나 없이 맨입에 스크린을 노려보았습니다. 범죄도시3, 심야 극장에 혼자 들어간.. 2026. 10. 27. 친절한 금자씨, 스물한 살의 칼날과 마흔 가장의 밤샘 가공 새파란 원청 품질검사원이 정밀 가공된 알루미늄 블록을 검사실 철판 작업대 위에 쾅 내동댕이치며 침을 튀겼습니다. 도면 치수에서 0.005mm 벗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마흔 넘은 가공 반장 얼굴 바로 앞까지 서류철을 들이밀고 삿대질을 해대더군요.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인 채 멍하니 서 있던 그 순간, 귓가에는 기계 모터 소리 대신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소리만 서늘하게 들렸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저녁 7시였습니다. 공장 밖은 이미 시커멓게 어둠이 깔려 있었지요. 락커룸 거울 속에 비친 몰골은 절삭유에 절어 거무튀튀했고, 충혈된 두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풀려 있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당장 이 짓거리를 때려치우고 공장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발걸음은 주차장이 아니.. 2026. 10. 26. 영화 부당거래를 보다 떠오른 시흥 공단의 더러운 판판이 내가 일주일 동안 밤잠 설치며 기계 앞에서 깎아낸 건 쇠가 아니라 내 뼈마디였고, 그 일은 애초에 우리 같은 기름밥 먹는 기술자들 피땀을 갈아 넣으려고 짜인 각본이었습니다. 영화 를 십 년 만에 다시 틀어놓고 캔맥주 하나 비우는데, 광수대 최철기 반장이나 스폰서 장석구가 얽혀 돌아가는 꼴이 남의 일 같지 않아 헛웃음부터 튀어나왔지요. 위에서는 실적 내놓으라고 목을 조르고, 밑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겠다고 가짜 범인을 만들어 판을 짜는 그 추악한 줄타기가 딱 제가 시화공단 바닥에서 겪었던 그 일과 판박이였기 때문입니다. 자정 넘은 시간, 불 꺼진 현장 사무실에 홀로 남아 CAD 화면의 허연 잔상을 들여다보던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집에 들어가면 초등학교 들어간 큰애랑 아직 어린 둘째가 곤히 .. 2026. 10. 25. 영화 도그맨, 잔업 끝에 마주한 내 15년 기름밥과 0.02밀리미터 새벽 두 시 반, 쇳가루 날리는 공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름 묻은 작업복 소매로 얼굴을 감싸 쥐었습니다. 주말 심야에 불을 끄고 혼자 영화 도그맨을 보다가 불현듯 몇 해 전 그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정수리를 치고 올라왔습니다. 주인공 더글라스가 휠체어에 몸을 싣고 상처투성이 얼굴로 개들을 바라보던 눈빛을 보는데, 뜬금없이 기름때 낀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어제도 야간 잔업을 치르고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겨우 집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모니터 앞에서 CAM 툴패스 선을 하도 노려봐서인지 눈을 감아도 시뻘건 가공 궤적이 잔상처럼 망막에 어른거렸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멍하니 소파에 걸터앉아 리모컨을 돌리다 튼 영화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개 우리에 갇혀 자란 한 남자가 세상 밖.. 2026. 10. 24. 영화 시민덕희, 40대 가장의 통장 잔고와 식은땀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캔맥주 겉면에 물방울만 맺혀서 미적지근해져 있었습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불 꺼진 거실 식탁에 멍하니 앉아 리모컨을 쥐었던 건 단순히 하루치 피로를 털어내려던 생각이었습니다. 종일 가공 프로그램 치수 맞추느라 모니터 잔상에 눈은 뻑뻑했고, 어깨는 돌덩이처럼 무거웠지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나 때우다 잘 요량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던 영화였습니다. 방 안에서는 아내와 두 아이의 고른 숨소리만 간간이 문틈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낮 동안 쇳가루 냄새와 냉각유 연기 속에서 버텨낸 대가로 얻은 유일한 혼자만의 정적이었지요.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켜려던 캔맥주는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 위에 굳은 채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시민덕희 본 날 밤,.. 2026. 10. 23. 영화 레트리뷰션, 운전대 쥔 가장의 식은땀과 현장의 서늘함 테이큰을 기대하고 골랐는데 리암 니슨이 자동차 시트에 붙어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주말 특근까지 연달아 치르고 들어와 온몸이 젖은 솜처럼 가라앉던 토요일 심야였습니다. 눈꺼풀 안쪽에는 온종일 들여다본 CAD/CAM 모니터의 붉은 가공 경로 잔상이 어른거렸고, 귓가에는 머시닝센터의 고주파 스핀들 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습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시원하게 악당들 때려잡는 액션이나 한 편 보며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던 것뿐입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깊이 잠들어 거실에는 어항 기포기 돌아가는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맥주 한 캔을 따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화면을 켜자마자 보인 것은, 총을 든 무적의 해결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운 채 옴짝달싹 못 하는 늙은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이었.. 2026. 10. 22. 이전 1 2 3 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