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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 마석도 주먹에 15년 임가공 기술자 체증이 뚫리다

by 풍성함 2026. 10. 27.

범죄도시3 영화 공식 포스터

스크린 속 마석도 주먹이 악당 턱주가리에 내리꽂히는데 낮에 본 원청 대리 얼굴이 그대로 겹쳐 보이며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습니다. 양복 말끔하게 차려입은 서른 남짓한 녀석이 결재판을 책상에 툭툭 치며 눈을 치뜨던 잔상이 극장 암전 속에서도 내내 어른거렸습니다. 0.003mm 공차를 트집 잡으며 전량 반품에 지체상금 물릴 줄 알라던 그 건방진 목소리가 영화관 사운드 속에서 굉음처럼 찢겨 나갔지요. 퇴근길 차를 돌려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홀린 듯 심야 극장 한구석에 몸을 구겨 넣었던 건, 그 더러운 기분을 털어내지 않고는 내일 아침 기계 앞에 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절삭유 냄새가 손톱 밑에 절어 있는 채로 팝콘 하나 없이 맨입에 스크린을 노려보았습니다.

 

범죄도시3, 심야 극장에 혼자 들어간 날

낮에 공장 사무실로 찾아온 원청 대리는 도면 한 장을 책상 위에 던져놓고 볼펜 끝으로 0.003mm 치수 공차를 콕콕 찍어댔습니다. 1000분의 3밀리미터면 손톱으로 긁어도 느껴지지 않는 두께이고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항온항습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2차 벤더 현장에서 외기 온도 30도가 넘어가는 여름철에 그 오차를 문제 삼는 건 대놓고 단가를 후려치겠다는 억지였습니다. 녀석은 결재판 모서리로 제 책상을 툭툭 치며 이번 납기 못 맞추거나 치수 튀면 지체상금에 전량 반품 처리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 당돌한 눈빛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습니다. 1년에 서너 번, 15년 임가공 밥을 먹는 동안 이런 유치한 갑질을 수십 번도 더 겪었습니다. 머리로는 참아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목덜미에 피가 거꾸로 솟는 건 도무지 적응이 안 되더군요. 주말 내내 기계 옆 바닥에 라면 박스 깔아놓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가공 프로그램을 수정했습니다. 공구 마모량 체크하고 절삭유 농도 맞춰가며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지요. 그렇게 피를 말려 간신히 트럭에 짐을 싣고 납품처에 도착하면 돌아오는 말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핀잔 한마디뿐입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바란 적은 없지만 사람을 벌레 보듯 쳐다보는 시선은 매번 속을 뒤집어놓습니다. 그 짓눌린 분통을 안고 들어간 심야 극장에서 마석도는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고 주먹 하나로 상황을 끝내버렸습니다. 대사도 길지 않고 잔꾀도 부리지 않더군요. 그냥 묵직하게 파고들어 한 방에 때려눕히는 그 거친 주먹질을 보는데, 제 가슴속에 꽉 막혀 있던 쇳가루 찌꺼기들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가공 조건표 쳐다보며 공차 0.001mm에 벌벌 떨던 제 자신이 처량하다가도, 저렇게 앞뒤 안 재고 들이받는 주먹 하나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영화 끝나고 공장으로, 새벽 4시의 마이크로미터

엔딩 크레딧이 채 다 올라가기도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집으로 향하던 핸들을 꺾어 다시 불 꺼진 공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가슴속에 들어찬 묘한 오기와 열기를 식히려면 결국 기계 앞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지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적막한 공장 전등을 켜고 메인 배전반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공조기를 최대로 틀어 내부 온도를 20도로 맞춘 뒤 머시닝센터 가공 프로그램을 다시 열었습니다. 마석도가 주먹을 휘두르듯 나도 내 방식으로 그 건방진 대리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쇳덩어리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공구 세팅 값을 정직하게 먹이고 피드 속도를 정밀하게 잡으면 쇠는 사람이 입력한 그대로 깎여 나옵니다. 세상 사람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말을 바꾸지만, 쇳덩어리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속이지 않습니다. 새벽 4시까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가득한 현장에서 가공물 50개를 전수검사했습니다. 게이지 블록으로 영점 잡은 마이크로미터로 외경과 내경을 하나씩 측정해 나갔습니다. 단 하나도 튀지 않고 정확하게 도면 상의 정치수 안에 들어맞았습니다. 눈금선을 확인할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 차갑고 완벽한 쇠의 감촉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었습니다. 아침 8시 반, 으스대며 검사 성적서를 받으러 공장에 들어선 원청 대리 앞에 50개 제품과 측정 데이터를 내밀었습니다. 직접 마이크로미터를 들고 치수를 찍어보던 녀석의 볼펜 끝이 파르르 떨리더군요. 흠잡을 데가 전혀 없으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녀석의 목구멍에서 기어 나오듯 튀어나왔습니다. 차 키를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도면만 제대로 주쇼. 쇳덩어리는 거짓말 안 하니까." 흠칫 물러서는 녀석의 꼴을 보는데 15년 기술 인생에서 손에 꼽히게 통쾌한 아침이었습니다.

 

짐 쌌다가 되돌린 날, 캐비닛 밑 그 낡은 가방

그런 호기를 부리기까지 제 20대 시절은 굴욕과 부끄러움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기름 냄새 묻혀가며 바닥을 기던 초창기 시절, 현장 반장에게 도면 뭉치로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툴 세팅 하나 잘못해서 인서트 팁 날려 먹었다고 온갖 육두문자를 퍼붓더니, "이딴 식으로 할 거면 기름밥 때려치우고 나가서 노가다나 뛰어라" 소리를 지르더군요. 얼굴이 화끈거리고 피가 거꾸로 솟아 그 길로 작업복을 벗어 던졌습니다. 개인 공구함에 있던 마이크로미터와 버니어캘리퍼스를 낡은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공장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다신 이 징글징글한 쇠 깎는 일 안 하겠다고, 나도 사람대접받는 일 하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차를 몰아 집으로 갔지요. 대낮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거실에서 기어 다니던 큰애가 제 바짓가랑이를 덥석 잡았습니다. 땀 냄새와 기름 냄새 범벅인 제 무릎을 잡고 아무것도 모른 채 배시시 웃는데, 코끝으로 뽀송한 아기 로션 냄새가 훅 풍겨왔습니다. 아내는 싱크대에서 젖병을 삶다가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내 자존심 하나 지키겠다고 이 어린것과 아내를 굶길 셈인가 싶더군요. 현관을 나서서 트렁크를 열고 방금 던져 넣었던 그 낡은 가방을 다시 꺼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를 돌려 다시 공장으로 향했습니다. 공장 화장실 거울을 보는데 세상에서 제일 비겁하고 못난 놈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침 한 번 퉤 뱉고 다시 기름 묻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참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믿지 않지만, 내 새끼 입에 들어갈 분유통을 생각하면 고개 숙이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쇳덩어리만큼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기름 묻히고 쇠 깎는 일을 단순 노무로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에 제 청춘을 다 바쳤고 두 아이를 반듯하게 먹여 살렸습니다. 설계자가 화면 속에 그려놓은 가상의 선을 실물로 깎아내고, 100분의 1밀리미터 공차를 칼같이 잡아내며 완벽한 부품을 만들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세상은 얄팍한 말재주와 줄타기로 쉽게 살아가는 놈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청 대리처럼 남의 피땀 위에 올라타서 결재판이나 흔드는 인간들이 떵떵거리는 꼴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립니다. 그러나 기계 앞에 서서 공구를 물리고 절삭 조건을 잡을 때만큼은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쇳덩어리만큼은 내가 땀 흘린 만큼,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 정직하게 깎여 나오며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정직함이 제가 15년을 버텨온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 진짜 자존심은 허공에 주먹질하고 홧김에 사표 던지는 게 아닙니다. 매달 돌아오는 대출 이자와 애들 학원비 영수증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내 새끼 입에 따뜻한 밥숟가락 꽂아주는 이 굳은살 박인 손바닥이야말로 가장의 진짜 자존심입니다. 그 낡은 가방은 지금도 현장 탈의실 캐비닛 밑바닥에 처박혀 있습니다.

 

지치고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캐비닛 구석의 그 낡은 지퍼를 내려다봅니다. 도망치려 했던 그날의 부끄러움과 아이의 웃는 얼굴이 그 가방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내일도 아침 7시 반이면 출근 카드를 찍고 기계에 가공유를 채울 것입니다. 마석도처럼 시원하게 세상에 주먹을 꽂아 넣지는 못해도, 저는 제 기계 앞에서 0.001mm의 오차도 없이 내 가족의 하루를 단단하게 깎아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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