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 아, 미쳤나 봐 진짜!” 깜깜한 거실에서 나도 모르게 입을 턱 틀어막으며 이 비명을 질러버렸다. 주말 밤, 오랜만에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누리며 조금 색다르고 파격적인 영화가 보고 싶어서 집 사운드바 볼륨을 빵빵하게 켜두고 영화 <투게더>를 틀었을 때만 해도 내가 이런 봉변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화면 속에서 두 남녀의 몸이 끈적하게 얽히고,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비주얼이 거실 가득 펼쳐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소름이 돋았다. 보통 연인들이 서로 너무 사랑할 때 “너랑 평생 하나가 되고 싶어”, “우린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사이야” 같은 달콤하고 낭만적인 말을 주고받지 않나.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예쁜 로맨스 대사들을 아주 기괴하고 징그럽게 눈앞에 그대로 구현해 버린다. 사랑해서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몸이 들러붙어 버리는 미친 연출을 보여주는 거다. 집 안 전체를 울리는 섬뜩한 음향 효과와 함께 피와 살점이 비틀리는 연출을 보고 있으니 정말 기가 차서 입이 떡 벌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내 살점이 같이 비틀리고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생생한 고통이 느껴졌고, 혼자 소파 쿠션을 끌어안은 채 "미쳤나 봐"를 연발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낭만 대사를 징그럽게 구현한 연출
사랑하는 사람과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는 건 보통 생각만 해도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로맨틱한 환상을 아주 작정하고 산산조각 내버린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수록, 이상하게 둘의 신체가 실제로 하나로 붙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과정을 담아낸 연출이 정말 기가 막히게 기괴하다. 초등학생들이 읽는 동화책을 보면 보통 '둘은 하나가 되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예쁘게 끝나지만, 이 영화 속 현실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두 사람의 살점이 서로에게 스며들듯 붙어버리고, 움직일 때마다 뼈가 비틀리는 고통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내가 분위기를 내겠다고 집 사운드바를 중저음 우퍼까지 켜둔 탓에, 거실 전체에 살이 찢어지는 짓눌린 소리와 뼈가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아주 꽉 들어찼다. 고막을 타고 들어오는 그 축축하고 기분 나쁜 음향 효과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낭만이라는 예쁜 포장지 뒤에 숨겨진 기형적인 집착과 융합이 어떤 모습인지를 몸서리쳐질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잔상이 너무 길게 남아서 머릿속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고 강렬한 비주얼에 기가 차서 "악! 아, 미쳤나 봐 진짜!" 하고 혼자 신음을 뱉으며 리모컨을 쥔 손에 바짝 힘을 주게 되었다.
몸 붙은 채 일상—화장실·수면·욕구 충돌
영화 초반부에 둘의 몸이 처음 붙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을 딱 주고 어떻게든 참으면서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영화는 관객에게 단 1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기어코 정신을 피폐하게 몰아붙인다. 몸이 완전히 붙어버린 두 사람이 겪는 일상은 소름 끼치는 공포 그 자체였다. 혼자서 편하게 다녀와야 할 화장실조차 서로의 거대한 몸을 덜렁거리며 끌고 같이 가야 하고, 밤에 잠을 잘 때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체중에 짓눌린 채 밤새 괴로워하며 끙끙거린다. 게다가 한 사람은 지쳐서 당장 자고 싶은데 다른 한 사람은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고 싶어 하는 등, 서로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돌할 때 벌어지는 상황들은 진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지옥 같았다. 이 지독한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내가 살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겹쳐 보였다. 우리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사랑할 때, 상대방에게 맞춰주려고 내 진짜 모습이나 욕구를 억지로 누르고 참아내곤 하지 않나. 이 영화는 바로 그 '상대에게 맞춰주다가 결국 내 존재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비극적인 과정'을 '신체적 융합'이라는 극단적인 연출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소파에 누워 주인공들의 고통을 관찰하다 보니,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내 삶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고 아려왔다.
결말 아쉬움, 앞이 너무 세서 마무리가 점잖아진 것
영화가 마침내 결말에 도달했을 때, 솔직히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결말을 못 만들었다거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메시지도 확실했고, 두 사람의 기괴한 관계가 끝나는 방식도 나름대로 깔끔했다. 문제는 영화 앞부분에서 보여준 연출과 신체적 충격이 너무나도 강력하고 기괴해서, 상대적으로 마무리가 너무 점잖아 보였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진짜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미친 듯이 몰아치며 내지르더니, 마지막에는 갑자기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상황을 철학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이라 살짝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앞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생각하면 마무리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남긴 독특한 잔상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상하고 기괴한 잔상,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지독한 여운을 마음껏 즐길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나는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런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연출은 정말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주말 밤에 그저 거실 소파에서 편안하게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이 영화는 절대 보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하고 강렬한 잔상에 젖어 기분 좋은 충격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자극이 되겠지만, 그저 하루의 피로를 풀며 마음 편히 쉬고 싶은 분들에게는 밤새 잔상이 떠올라 끔찍한 괴로움을 남길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거실에서 편하게 자고 싶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나는 한동안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거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깜깜한 거실에서 혼자 사운드바를 켜두고 이런 기괴한 영화를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밤은 아무래도 거실 불을 밝게 켜둔 채로 자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