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더 로즈: 완벽한 이혼] 결혼 10년 차, 영화 한 편에 등이 서늘해진 밤

by 풍성함 2026. 8. 4.

더 로즈: 완벽한 이혼 영화 공식 포스터


 영화가 중간쯤 지나갈 무렵, 마누라가 팔짱을 슬그머니 끼더니 남편이 철없이 행동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그 눈빛이 어찌나 따갑던지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날 밤 우리가 거실 소파에 누워서 뭘 보고 있었냐면, 바로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이라는 영화였다. 처음에는 그저 애들 다 재워놓고 한숨 돌리면서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화면 속 부부의 육탄전을 보며 점차 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육아 퇴근 후 과자 까먹으며 가볍게 시작한 영화

우리 집은 애들 다 재우고 밤에 마누라랑 거실에 둘이 앉아 과자 까먹으면서 TV 보는 게 하루 중 유일하게 마음 놓고 쉬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고 회사 일에 치이다가, 밤 10시나 11시쯤 조용해진 거실 불을 꺼두고 소파에 파묻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그날도 과자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무슨 영화를 볼까 리모컨을 돌리다가 눈에 딱 걸린 게 바로 이 영화였다. 제목부터 '더 로즈: 완벽한 이혼'이라니, '이혼'이라는 단어가 너무 직설적으로 뙤약볕처럼 박혀 있어서 '어? 이게 뭐지? 요즘 이런 게 나오나?' 싶었다. 마누라한테 "이거 볼까?" 했더니 그러자고 해서 봉지 과자를 하나 뜯었다. 우리는 사실 깊은 뜻 없이, 그저 '얼마나 잘 만들었나 한 번 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과자를 오독오독 씹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주연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를 보며 남의 집 구경하듯 편하게 과자를 씹고 있었다.

 

결혼 10년 차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 마누라의 눈빛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거실 안의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영화 속 주인공 부부는 겉보기엔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이 완벽하고 잘 사는 부부였는데, 아주 작은 오해와 말 한마디 때문에 서로에게 칼을 겨누듯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유치하고도 날 선 대사들이 가슴에 콕콕 박혔다. 어느 순간부터 마누라가 팔짱을 딱 끼더니, 영화 속 남편이 눈치 없이 굴거나 철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내 얼굴을 슬쩍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 눈빛을 받는 순간 정말 등줄기에 식은땀이 또르르 흘렀다. 화면 속 남편의 모습에서 내 옛날 행동들이 겹쳐 보이면서 '아, 저건 내가 잘못했었지... 저때 나도 저랬는데...' 하고 속으로 혼자 깊이 반성했다. 영화를 보던 마누라가 한숨을 푹 쉬며 "저 집 부부도 처음엔 진짜 좋아서 죽고 못 살아 결혼했을 텐데, 싸우는 꼴을 보니까 남 일 같지가 않네" 하고 중얼거리는데, 그 말이 가슴을 쿵 하고 때렸다.

 

서운함을 묻어두었던 10년, 영화에서 우리 이야기로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서 우리는 어느새 영화 화면보다 서로의 얼굴을 더 자주 보게 되었다. 마누라가 "사람이 나빠서 싸운다기보다, 서로 기대하는 건 너무 많은데 표현을 이상하게 하니까 저렇게 불같이 타오르는 것 같아"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영화 속 부부의 싸움은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 10년 결혼 생활의 거울이었다.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는 우리 부부의 진짜 이야기로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서로 바쁘니까 그냥 넘어가자",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으니 나중에 얘기하자" 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서운함들이 참 많았다. 결혼 10년 차가 넘어가다 보니, 괜히 옛날에 서운했던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그 시절의 안 좋은 감정이 다시 올라와서 관계가 더 안 좋아질까 봐 일부러 입을 닫고 살았던 것이다. 나는 마누라 손을 꼭 잡고 서운한 건 가슴에 묻어두고, 대신 같이 웃고 좋았던 기억을 많이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서운한 게 생기면 속으로 썩이지 말고 그때그때 바로 얘기해서 좋게 좋게 해결하자고 마음을 터놓았다.

 

'완벽한 이혼'이 아니라 '완벽한 이해'를 향해 가는 길

영화의 후반부는 그야말로 파국을 향해 치달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미친 듯한 갈등을 보며 나는 우리 관계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분명하게 깨달았다. 영화 속 부부는 서로를 이겨 먹으려고만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부수고 말았지만, 나는 마누라와의 관계에서 승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우리는 소파 위에서 서로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한 편의 이혼 영화가 역설적이게도 우리 부부에게는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준 최고의 치료제가 되어준 셈이다. 서로를 향해 뾰족하게 세우고 있던 마음의 가시를 내려놓고, 진짜 상대방이 원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게 만든 밤이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 TV 화면이 꺼진 뒤에도 우리는 한참 동안 거실 소파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누라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앞으로 진짜 서운한 거 있으면 속에 담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얘기해서 좋게 해결하자"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마누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동안 무심했던 내 모습들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털어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