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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좀비딸] 쿠션 끼고 빵 터졌던 명절 영화 좀비와 우리 집 밤

by 풍성함 2026. 8. 9.

좀비딸 영화 공식 포스터

5학년 큰애가 쿨한 척을 하면서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명절 특선 영화로 ‘좀비’라는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나한테 “엄마, 나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좀비 따위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 하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정작 리모컨을 눌러 영화를 틀자마자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화면에서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고 으스스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까 소파 구석으로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거실에 놓여 있던 커다란 쿠션을 가슴에 아주 꽉 끌어안고 놓질 않았다. 그 옆에서 짐짓 의연한 척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면을 노려보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고 귀엽던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명절이라 친척들도 다 돌아가고 집안이 괜히 쓸쓸하고 적적했는데, 아이들의 그 솔직하고 엉뚱한 반응 하나 덕분에 거실 전체에 온기가 싹 도는 기분이 들었다. 오붓하게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텔레비전을 켜고 영화 첫 장면에 몰입하던 그 순간의 기분과 냄새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쿠션 뒤에 숨은 두 자매, 명절 특선영화 첫 5분

영화가 시작되고 딱 5분이 지났을 무릇, 우리 집 거실은 그야말로 한 편의 작은 극장이자 웃음바다가 되었다. 5학년 큰애는 여전히 쿨한 척을 버리지 못하고 "에이, 하나도 안 무섭네" 하면서도 쿠션으로 얼굴 하단을 쏙 가리고 있었고,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는 아예 눈만 겨우 빼놓은 채 쿠션 뒤에 완전히 숨어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괴물이 툭 튀어나올까 봐 숨을 죽이고 화면을 보던 아이들의 눈동자가 긴장감으로 파르르 떨리는 게 내 눈에 그대로 다 보였다. 나도 아이들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손을 꼭 잡아주며 다음 장면을 숨죽여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무서운 순간이 지나가고 주인공 수아가 등장해서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행동과 온몸을 던지는 몸개그를 시작하자마자 거실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수아가 흐느적거리며 넘어지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모습에 쿠션 뒤에 숨어 있던 둘째가 먼저 "푸하하!" 하고 터졌고, 쿨한 척하던 큰애도 참지 못하고 깔깔거리며 소파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무서운 좀비 영화인 줄만 알고 침을 꼴깍 삼키며 졸였던 마음이 단 5분 만에 유쾌한 웃음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나 역시 마음속에 쌓여 있던 명절 피로가 싹 날아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아이들이 손으로 쿠션을 쥐어짜며 배를 잡고 웃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소리 내어 웃게 되었고 명절 특선 영화를 다 같이 골라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질 교육, 영혼 가출한 아빠와 으르렁거리는 좀비 딸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서 우리 가족 모두가 배꼽을 잡고 통곡하듯 웃었던 명장면이 등장했다. 바로 극 중 아빠인 정환이 좀비로 변해가는 딸 수아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딸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으르렁거리는데도 정환은 굴하지 않고 "어허! 젓가락 똑바로 잡아!" 하면서 호통을 쳤다. 그러고는 수아의 딱딱하게 굳은 손마디를 하나씩 하나씩 억지로 접어주며 젓가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주는데, 그 모습이 정말 기가 막혔다. 정환의 표정은 완전히 영혼이 가출한 사람처럼 멍하고 지쳐 보이는데, 그 손끝에는 딸을 어떻게든 사람으로 돌려놓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반면에 수아는 젓가락을 쥔 채 캬악거리며 으르렁거리고 있어서 그 불협화음이 너무나도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어른인 내 눈에는 저게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아빠의 진짜 부성애구나 싶어서 가슴 한구석이 찡하고 짠하게 다가왔지만, 옆에서 보는 초등학생 아이들 눈에는 그저 영혼 탈곡 쇼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젓가락을 끼워주는 아빠와 으르렁거리는 딸의 조합을 보며 우리 온 가족이 다 함께 빵 터져서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웃었다. 나도 모르게 옆에 앉은 남편 얼굴을 한번 바라보게 되었는데, 남편도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정환처럼 영혼이 나가면서도 아이 손을 절대 놓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5학년 감상평과 그날 밤 거실 이불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5학년 큰애는 마침내 가슴에 안고 있던 쿠션을 스르륵 치우더니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아빠가 딸이 좀비가 됐는데도 안 버리고 끝까지 지켜주는 건 진짜 멋있었어." 평소에는 오빠나 동생한테 툴툴거리기만 하던 큰애가 그런 깊은 감상평을 남기는 걸 보고 속으로 '우리 애가 언제 이렇게 훌쩍 자랐나' 싶어 마음이 뭉클했다. 반면에 둘째는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소파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관절을 꺾으며 "캬아악!" 하고 거실 한복판에서 좀비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좀비 걸음을 걷는 둘째를 보며 큰애와 나는 또 한 번 거실이 떠나가라 웃었다. 그날 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 함께 거실에 푹신한 이불을 넓게 깔았다. 영화를 보며 들떴던 마음과 훈훈한 여운이 남아 있어서 아무도 혼자 방에 들어가 자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을 끄고 이불속에 다 같이 누워 나란히 천장을 바라보는데,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와 남편의 따뜻한 체온이 피부로 느껴졌다. 가벼운 특선영화 한 편인데 따뜻한 가족 울타리 느꼈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제대로 눈을 맞추며 웃을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이렇게 소소하게 영화 한 편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주말마다 적어도 한 번은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팝콘을 튀겨 먹으며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을 꼭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이렇게 손을 꼭 잡고 같이 웃고 울 수 있는 가족만의 따뜻한 추억을 부지런히 차곡차곡 쌓아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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