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거짓말쟁이 정치인의 반전
- 강제 진실 배틀의 소동극
- 투명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유쾌한 결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온갖 화려한 거짓말로 세상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대중의 신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진실만을 말하는 병'에 걸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영화 정직한 후보는 4선 도전을 앞둔 전설의 거짓말쟁이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기도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인물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믹 소동극입니다.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봤을 때 극장 안을 가득 채우던 관객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단순히 정치권을 풍자하는 무거운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뱉는 수많은 가짜 말 속에 숨겨진 진실의 무게는 얼마인가"라는 인간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과연 거짓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이 험난한 선거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시작부터 뻔뻔한 정치인의 민낯을 유쾌하게 꼬집으며, 독자들을 유쾌한 반전의 세계로 깊숙이 이끌고 갑니다.
거짓말쟁이 정치인의 반전
영화의 주인공 주상숙은 서민의 일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멀쩡히 살아계신 할머니를 돌아가셨다고 속여 동정표를 얻는 등 온갖 핑계와 가짜 공약으로 가득 찬 완벽한 속물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4선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어느 날 밤, 손녀가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현실이 되면서 주상숙의 혓바닥은 제멋대로 진실만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상숙이 마주한 당황스러운 반전과 화려한 선거판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수많은 플래카드와 반짝이는 조명, 그리고 주인공의 쨍한 의상을 화면에 배치하는 미장센 기법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카메라 화면 속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이나 의상, 배경, 소품 등을 배치하는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화려하고 번지르르한 선거 캠프의 배경과 달리,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부정부패를 스스로 까발리는 상숙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솔직히 이 장면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머리로는 거짓말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입으로는 "뽑아주시면 한탕 해 먹겠습니다!"라고 속마음을 질러버리는 모습은 시작부터 엄청난 흡인력을 보여줍니다.
강제 진실 배틀의 소동극
입만 열면 팩트 폭행을 날리는 상숙 때문에 가장 피가 마르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충직한 보좌관 '박희철'(김무열 분)입니다. 보좌관은 상숙의 튀어나오는 진실들을 수습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상숙 역시 남편 and 시어머니, 그리고 상대 후보들 앞에서 강제적인 진실 배틀을 벌이며 선거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듭니다. 영화는 거짓말을 못 하는 주인공이 위기를 겪다가 결국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코미디 장르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 덕분에 지루할 틈 없는 신선함을 줍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쓰여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장면이나 고정된 전개 방식을 말합니다. 상숙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치열한 머리싸움, 즉 심리전을 벌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죠. 여기서 심리전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거나 읽어내어 나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는 보이지 않는 대결을 뜻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출은 숨 막히는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이는 데서 오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합니다. 이때 문득 한 가지 현실적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 현실 정치판에서도 저렇게 모든 후보가 속마음을 100% 솔직하게 말하는 청문회가 열린다면 과연 어떤 후보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흥미로운 의문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이야기를 더욱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투명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유쾌한 결말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상숙의 '정직한 독설'은 오히려 가식적인 정치인들에게 지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겉으로만 정직한 척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상숙은, 마침내 과거 자신의 비리와 잘못들을 대중 앞에 스스로 눈물로 고백하며 진짜 '투명하고 정직한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선택합니다. 권력에 눈이 멀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스스로 무대를 내려오는 상숙의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실제 영화 평론가들의 객관적인 분석에 따르면, 이 작품은 브라질의 흥행 영화를 한국적인 선거 정서에 맞게 영리하게 각색하여 대중성과 풍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웰메이드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출처: 씨네21). 또한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코믹 연기로 한국 영화계에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온갖 비리와 가식으로 가득 찼던 선거판을 자신의 정직함으로 완전히 쓸어버리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슬픔, 두려움, 답답함 같은 나쁜 감정들이 무언가를 계기로 한꺼번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한 시원한 기분을 의미합니다.
엉망진창이 된 선거판 한가운데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웃던 주인공의 얼굴을 보며 제 일상 속 서툴렀던 말들의 기억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크고 작은 하얀 거짓말들을 섞어가며 살아갑니다. 몇 년 전, 저 역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제 진짜 형편이나 감정을 숨기고 "다 잘 가고 있다", "아무 문제 없다"며 겉치레 섞인 가짜 말들로 제 진짜 모습을 포장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내 솔직한 약점을 보여주면 남들이 나를 무시할까 봐 두려워 마음의 가면을 겹겹이 썼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올린 가짜 관계들은 결국 제 마음을 더 외롭고 공허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용기를 내어 "사실은 나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쳤어"라고 제 못난 진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야 비로소 주변 사람들과 진짜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직한 후보는 우리에게 늘 완벽하고 근사한 모습만을 보여주라고 강요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서툴고 투박할지라도 나의 진짜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진짜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영화입니다. 뼈아픈 진실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던 상숙의 유쾌한 반성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거짓 없는 당당함과 사람 냄새 가득한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최고의 명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