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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위키드] 아홉 살 딸이 내게 다시 달아준 마법의 날개

by 풍성함 2026. 9. 2.

위키드 영화 공식 포스터

 “초록색 피부라도 자기가 진짜 날고 싶으면 저렇게 높이 날 수 있는 거지?”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에 환한 불이 들어오는 순간, 팝콘 통을 소중하게 꼭 끌어안은 아홉 살 딸아이가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던진 이 질문을 들은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저 아이 손을 잡고 화려한 뮤지컬 영화 한 편 편안하게 즐기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을 뿐인데, 아이의 그 순수하고 맑은 한마디가 내 굳어있던 가슴 한구석을 아주 묵직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위키드 관람 후기, 폭풍우에 휩쓸린 듯한 탈진감

영화의 줄거리는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도 한눈에 단숨에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명쾌하고도 매혹적이다. 온몸이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 가족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고 세상의 차가운 놀림과 손가락질을 온몸으로 견뎌온 엘파바가 시즈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곳에서 모든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어딘가 인정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랑스러운 룸메이트 글린다를 만나고, 완전히 정반대였던 두 소녀는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마침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토록 동경하던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실은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언어를 빼앗고 억압하는 추악한 사기꾼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남들이 주는 편안한 인기와 영광을 위해 침묵을 선택한 글린다와 달리, 엘파바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악당의 길을 걷더라도 진실과 자유를 위해 홀로 맞서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세상의 모든 거짓과 편견, 그리고 거대한 중력의 법칙마저 찢어발기며 울려 퍼지는 명곡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가 터져 나오는 순간, 나는 마치 거대한 폭풍우에 온몸이 휩쓸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에 다녀온 듯한 벅찬 탈진감을 겪었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영상미와 함께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노래 속에서, 엘파바가 부서진 창문을 깨부수고 빗자루를 탄 채 웅장한 하늘로 높이 치솟아 오를 때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소름이 쫙 돋았다. 나를 짓누르던 세상의 비겁한 시선 따위는 시원하게 다 집어던지고 저렇게 당당하게 비상하고 싶다는 뜨거운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라, 극장 좌석의 팔걸이를 부서져라 꽉 쥐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9살 딸 눈동자에 에메랄드빛이 비치던 순간

그 경이로운 순간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옆자리를 슬쩍 돌아보았을 때, 내 눈에 들어온 아이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평소 같으면 상영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다리를 배배 꼬거나 팝콘을 부스럭거리며 장난을 치던 아홉 살 딸아이가, 두 눈동자에 스크린의 찬란한 에메랄드빛이 가득 비치는데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아이의 조그만 손을 살며시 쥐어보았더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힘을 꽉 주고 영화 속 세계로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 있었다.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도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던 아이는, 팝콘 통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내게 "초록색 피부라도 날고 싶으면 날 수 있는 거지?" 하고 물어왔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이제 막 아홉 살이 된 아이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만 친구들과 다르면 이상한 걸까?",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슬며시 주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조금씩 세상의 잣대를 의식하며 웅크려가던 그 작은 꼬맹이의 눈에, 피부색이 남들과 완전히 달라도 온 힘을 다해 창공을 가르는 엘파바의 눈부신 용기가 그 어떤 잔소리보다 깊숙하게 가슴속에 날아와 꽂혔던 것이다.

 

마흔 아빠의 날개, '내 나이에 무슨 욕심'이라던 참이었다

사실 그 순간 아이의 질문 앞에서 내 가슴이 그토록 철렁 내려앉았던 이유는, 나 역시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내 나이에 무슨 욕심을 부리나', '가장으로서 그저 시키는 대로 모나지 않게 버티는 게 정답이다'라며 내 안의 꿈과 날개를 조용히 접어두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무게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짓눌려 그저 하루하루 쳇바퀴 돌듯 살아가던 내 비겁함을 아이의 맑은 눈망울 앞에서 그대로 들켜버린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나는 아이의 작고 떨리는 손을 꼬옥 쥐어주며 온 마음을 다해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 남들이 피부가 초록색이라고 놀리든 손가락질하든 아무 상관없어. 네가 마음속으로 진짜 높이 날고 싶다면, 넌 언제든 저 하늘 끝까지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어." 그 말은 사랑하는 딸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이자, 주춤거리며 도망치려던 나 자신에게 똑바로 살라고 내지른 가장 뜨거운 다짐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 내 삶의 온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가 밤에 곤히 잠들고 나면 피곤하다고 멍하니 TV를 보던 버릇을 단칼에 끊어내고, 곧장 책상에 앉아 그동안 핑계 대며 미뤄뒀던 공부를 시작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딸아이를 대하는 말씨도 180도 바뀌었다. "남들 하는 만큼만 튀지 마라"는 무미건조한 잔소리 대신, 아이가 엉뚱한 도전을 하더라도 "네가 진짜 좋으면 끝까지 해봐. 아빠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줄 테니까"라며 활짝 웃어주게 되었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당당하고 멋진 아빠가 되려면 말로만 훈계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거센 비바람을 뚫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뒷모습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아주 단단한 힘이 붙었다.

 

 나부터 날아오르는 뒷모습 보여줘야 하니까 하루 태도에 단단한 힘이 붙었다. 오늘도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내 작은 꿈을 활짝 펼치기 위해 주저 없이 책상 앞에 앉아 불을 켠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한층 더 당당하고 단단해진 눈빛으로 딸아이의 작은 손을 꽉 잡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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